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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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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 볼 것 없다 / 1999

 

◈ 감독: 이명세
◈ 출연: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최지우, 도용구, 심철종, 박승호, 이원종, 기주봉, 박길수, 김현아, 김종구, 권병길, 김희정, 오상무
◈ 국내 개봉일: 1999. 07. 31
◈ 포털 평점: 네이버 8.57, 다음 8.1


 

"나? 서부서 강력반 영구~ "

신문에 성민이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나온 거 봤지?
잡은 거야, 우리가 잡은 거야.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 이름은 신문에 없어.
하긴 신문에선 그 XX들이 주인공이잖아.

 


영화 소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서부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살인 범죄를 저지른 장성민(안성기 배우)을 잡기 위해 72일이 넘는 기간 동안 검거작전을 펼치는 형사물로 스토리는 경찰이 범죄자를 검거한다는 통상적인 스토리로 전개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Bee Gees의 Holiday라는 곡을 알게 해 준 영화이고, 종래에는 볼 수 없었던 연출은 워낙 세련되고 훌륭하다 보니 아직까지도 회자되며 움짤로 생산되고 있는 영화이다. 투캅스로 90년대 형사물의 전부를 보여줬던 안성기, 박중훈 듀오가 또 형사물을 들고 나온다는 소식에 긴가민가 했다가, 오프닝부터 워낙 압도되는 연출에 “어?” 하다가 홀리듯 영화에 빠져들어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강력계 경찰들의 애환, 영화 중간중간의 코믹 포인트, 악을 응징함에 망설임이 없는 통쾌함에 영상미까지 어우러져 영화 제목과 다르게 참 ‘볼 것 많은’ 영화이다.


# 음악이 흐르던 한 컷

너무나도 유명한 장성민과 우형사의 크로스 카운터 장면을 지나, 오뚝이 같은 우형사의 파이팅 포즈는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한 인간의 투쟁심과 형사라는 직업적 끈기, 인내를 엿볼 수 있었다. 장성민 검거에 매번 허탕을 치며 수개월 동안 독이 바짝 오른 우형사가 어떻게든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소름 돋는 장면이었다. 이때 흐르던 음악은 Bee Gees의 Holiday를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인데 장성민이 살인을 저지를 때 흘렀던 곡으로 검거할 때 다시 사용하는 것이 의미적으로도 크게 다가왔다. 이 곡은 다른 영화 ‘홀리데이’에서도 인질범 지강헌이 자살 전에 틀어달라 요청해서 유명했던 곡이기도 하다.(홀리데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와는 상관없을지도 모르는 영화 리뷰

영화가 개봉된 해인 1999년 당시 한국 영화계는 미국과의 한미 투자협정 당시 미국의 요구사항인 스크린쿼터제 폐지 문제로 국내 영화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었다. 영화계와 극장 간 이권이나 입장 차이로 찬반 논란이 많았는데,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개봉 후 전 세계적으로 히트였던 영화 ‘타이타닉’의 국내 최다 관객수를 가뿐하게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스크린 쿼터제 폐지 논란 속에서 그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후 영화계 종사자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한국 영화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고, 쉬리 이후로 한국 영화계는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며 대 부흥을 위한 태동을 시작했다고 본다.
당시 고등학생 신분이던 나는 단짝 친구와 영화에 빠져 개봉되는 영화들을 미친 듯이 섭취하고 있었는데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믿고 보는 출연진이라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개봉 당일, 영화가 시작되고 스텝롤이 오를 때까지 계속 나지막이 “와… 씨….”라고 감탄만 하다 영화가 끝났다. 같이 영화를 봤던 단짝 친구와 흥분된 상태로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내내 침 튀기며 이 영화에 대한 토론을 했고, 둘이 친구 집에 도착한 뒤 비빔면을 만들어 입에 넣기 전까지도 재잘거렸다. (비빔면은 역시 팔도)
그만큼 영화의 연출과 영상미는 충격적이었고 단순히 영화가 좋았다를 넘어 앞으로 개봉할 국산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너무 즐거워지게 만든 영화였다. 기대감 그대로 이후 한국 영화계에는 박찬욱, 곽경택, 강우석, 봉준오 감독 등 어마어마한 은둔 고수들이 강호무림에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고, 할리우드 영화에 상영관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한국 영화들은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한국의 영화가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치는 걸 보면 관객들이 외국 영화만 찾아 스크린쿼터제로 국내 영화산업이 죽네 사네 싸웠던 게 고작 20여 년 전인데 좀 과장해서 이젠 한국 영화가 다른 나라의 영화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좋은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땠냐고?

“지금 봐도 죽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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