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명일, 작일, 익일, 당일, 차일 뜻 정리
회사에서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간혹 무슨 말인지 모를 단어에 당황한 적이 있다. 지금이야 나름 긴 기간 사회생활을 해서 익숙해졌지만 부장 이상 임원급 인사들은 메일 하나에 일상에서는 사용 안 하는 한자어를 어쩜 저리도 많이 쓰는지 사전 들고 해독하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신문에 한자가 가득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말을 쓰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점차적으로 신문에서 한자가 사라졌다. (한자가 없어지더니 이젠 영단어가 가득하다…)
오래전부터 지식인들은 기본적으로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였고, 그러한 인식이 사회의 직장 문화에서 뿌리내리면서 공문 등 정중함이 필요한 문서를 작성할 때는 한자어를 많이 사용해왔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직장이 메신저를 필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업무 보고를 할 때마다 메일을 쓰게 했는데 무슨 규칙이 그리 많은 것인지 하나라도 어긋나면 업무 보고 내용은 아예 보지도 않고 E-mail 쓰는 것부터 다시 배우라며 한 참 꾸중을 듣고 다시 보고를 올렸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누구라도 알아보기 쉬운 말로 간단히’ 쓰는 게 문서 작성의 우선 원칙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용되는 한자어가 많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면서 사회 초년생들이 실수하기 쉬운 일자에 대한 단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리말 | 한자어 |
그끄저께 | 삼작일(三昨日) |
그제 | 재작일(再昨日) |
어제 | 작일(昨日) |
오늘 | 금일(今日), |
낼 | 명일(明日), 내일(來日) |
모레 | 재명일(再明日) |
글피 | 삼명일(三明日) |
기타 | 당일(當日), 차일(此日) |
보통 사회생활 중 문서에서 자주 보게 되는 단어는 작일, 금일, 명일, 당일 정도일 것이다. 위의 단어 중에 내일(來日)을 우리말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내일은 한자어를 차용해서 사용하는 단어다. 이렇게 일자를 뜻하는 한자어는 주(週)와 월(月)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내일, 내주, 내월 등 일자를 주나 월로 바꾸어 사용한다. 또 당일과 차일은 약간 다른 성격으로 사용되는데 혼동을 가져선 안된다.
당일(當日): 어떤 일이 있는 바로 그날을 뜻하는 말
예를 들어 문구를 만들어보면 이렇다.
- 금일(오늘)까지 작성 후 회신 바랍니다.
- 당일(해당일)까지 작성 후 회신 바랍니다.
두 단어 모두 흔히 사용하는 말인데 뜻풀이를 해보면 당일은 무언가 어색하다. 이유는 앞에 어떤 일을 지정하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 마감 당일까지 작성 후 회신 바랍니다.
이렇게 앞에 어떤 일을 적으면 문장의 어색함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당일이란 말을 막연히 ‘오늘’을 뜻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오늘=금일]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차일(此日):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날
- 차일까지 제출 바랍니다.
이 단어는 어떤 시일을 뜻하는데 지정일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예를 들어 앞서 어떤 일자를 지정했다면 ‘이 날까지 가져오세요’라는 식의 말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날’과 같은 뜻을 가진 말이다.
우리말이 있는데도 왜 굳이 한자어를 쓰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랜 직장문화가 가지고 내려오는 관성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너무 과도하게 정중한 문체는 오히려 딱딱한 느낌 때문에 지양하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기본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예전에 직장 후배가 E-mail에 들어가는 많은 규칙이 효율을 망친다며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어 이렇게 피드백한 적이 있다.
- 수신 대상자의 이름과 직함을 적어 인사말을 남기는 것 = 사람끼리 만나면 하는 인사
- 본인의 직함과 이름 소개 = 대면 소통이 아니기에 문서 발신자를 밝히는 게 상식
- 상황에 맞는 안부 또는 격려 = 대면 미팅 시 아이스브레이킹과 같은 것
이런 식으로 E-mail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규칙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에서 사용해왔던 에티켓을 그대로 문서 소통에도 적용한 것뿐이니 저항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피드백을 해줬는데 지금은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